
매월 그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안개 속에서 이 鳩를 목격합니다.
2028년 08월,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 한 게시글이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자신이 차원 이동을 겪었으며, 그곳에서 9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끝에 탈출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본문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9년 전, 자택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던 작성자의 주변으로 갑작스레 짙은 안개가 드리우며 실내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로인해 시야가 차단된 짧은 순간, 그는 이미 다른 세계로 이동 되어있었습니다.
그가 경험한 세계에서의 지구는 2026년 대홍수를 겪지 않았으며, 자신을 포함한 주변인들 역시 수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작성자는 대홍수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9년째 살아가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인해 기억을 되찾으며 안개 너머의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오기 전까지, 차원 이동을 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곳에서 평범하게 삶을 보냈다고도 기록하였습니다.
이 게시글에는 두 가지 의문점이 존재했습니다.
첫째, 작성자는 9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주장하였으나,
실제로는 글이 작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대홍수 발생 이후 고작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며,
둘째는 그가 기억을 되찾는 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는 ‘한 남성’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작성자는 그 남성의 외형을 간략히 스케치하여 글 말미에 첨부했습니다.
당시 이 글은 대홍수 이후로 우후죽순 생겨난 인터넷 괴담 및 양산형 음모론 중 하나로 취급받으며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홍수 이후 매월 그믐이면 짙은 안개가 드리우는 현상, 그리고 그즈음에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실종 사건을 이 글과 연관 지어, 마냥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믿는 소수의 사람이 존재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의 게시글과 유사한 경험을 한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 기록들은 어느 실종자의 가족에게 닿게 되었습니다.
그 가족은 실종자가 사라지기 직전 안개 속에서 한 남성을 보았다고 말했으며, 그가 묘사한 남성의 외형이 최초의 게시글에 첨부된 스케치와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후 그들은 은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경험을 모아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정립해 나갔습니다.
이상세계: 차원 전이자들이 경험한 곳이자 현재 실종자들이 여전히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차원.
전이자가 살던 세계와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으나, 그들이 내면 깊이 갈망하던 ‘이상’이 충족된 세계이다.
매월 그믐 짙어지는 안개가 이 세계로 진입하는 매개체로 추정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체류하더라도 현실로 귀환할 경우 전이되었던 최초의 시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鳩(구):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때때로 비둘기의 모습으로도 관측되는 남성.
안개 속에서 불현듯 나타나 전이자에게 이상세계에서의 탈출을 위한 간접적인 도움을 준 뒤 홀연히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그로부터 1년, 그들은 조직적인 커뮤니티를 결성하여 더 많은 생환자와 피해자를 찾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자체적인 웹사이트를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이 사이트가 바로 그 목적을 수행하는 공간입니다.
— 이상세계에서 무사히 생환한 이들을 추적하고, 그들 간의 정보 공유와 소통을 장려하는 것.
— 鳩의 정체를 밝혀내고, 안개의 근원을 파악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막는 것.
그러나 현재까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유해오는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수십 명 남짓에 불과하며, 이 사이트 역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월 그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안개 속에서 이 鳩를 목격합니다.
만약 이 鳩를 당신도 목격하였다면,
또는 이 鳩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아래 주소로 연락 바랍니다.
나는돌아가야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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